박정은

하이커 / 편집디자이너


박정은은 용산구 삼각지에 ‘치노'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프리랜서 편집 디자이너인 그는 평일에 집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이런 일상은 올해로 16년 째 유지되고 있다. 

 취미로 자전거를 타던 정은은 10년 전부터 배낭을 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혼자도 가고 사람들이랑 같이도 간다. 자고 올 때도 있고 그냥 올 때도 있다. 

10년 동안 산행을 멈추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혼자 간 산에는 친구를 데려 가고 싶고, 친구와 다녀온 산에는 혼자 다시 와 보고 싶다. 본 산은 그립고 안 가본 산은 궁금하다. 

 지난 주에 박정은은 감기를 앓느라 집에서 쉬었다. 

집에서 보내는 주말이 너무 오랜만이라 삼각지를 찾은 관광객이 많은 걸 보고 놀랐다. 

이내 컨디션을 회복한 그는 일요일 오후에 북한산을 올랐다.  

박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산은 설악산. 가장 많이 찾은 산은 북한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처음 간 산은 소백산. 

하이킹보다 백패킹을 먼저 시작했다. 산에서 자는 일이 괜찮다는 걸 알고 산을 즐겨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저 산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좋다. 

오를 때마다 넓어지는 풍경이나 산에 구름이 자욱하게 깔린 운해를 볼 때 기쁘다. 

다녀오면 몸도 마음의 기운도 개운하다. 

10년

지난 10년 간 산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좋아진다. 

다른 활동에 더 관심이 생기거나 산에 가기 싫은 적은 없었다. 

산에 갈 수 없을 만큼 다치거나 아픈 일도 없었다. 더 오르고 더 다양하게 산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산행 장비는 전체적으로 경량화되었다. 더 오래 걷고 멀리 가기 위해서.  

속도

산을 오르면서 박정은은 자신의 몸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산에서 처음 한 시간 정도는 몸이 찌뿌둥하다. 

그래도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걸 아니까.

 천천히 숨을 고르고 몸이 풀리면 제 속도가 난다.  

이번 주말엔 어떤 산을 오를지 고민하는 일부터 하산 후 짐을 푸는 일까지 

산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로드뷰를 보며 계획을 세울 때. 

박정은의 스마트폰 지도에는 카테고리별로 나뉘어진 별이 빼곡하다. 

가고 싶은 산, 하산 맛집, 또 가도 좋을 곳 등. 

“생각처럼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계획을 세우는 순간 자체가 즐거운 거니까요.” 

종주

올여름, 설악산 대종주를 다녀왔다. 함께 시작한 친구 한명은 중간에 하산했다. 

1578m의 귀때기청봉에서 계속 가도 괜찮을지 고민했다. 


“마침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 분 말이 대종주를 마치면 정말 뿌듯하다고 하더라고요.” 


짧은 대화에서 박정은은 힌트를 얻어 계속 걸었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2차 위기가 왔다. 

산 아래서 기다리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다릴게. 마저 다녀와.” 그 얘기에 공룡 능선을 통과해 종주를 마쳤다. 

올해 9월에는 지리산 화대종주를 계획 중이다. 

긴장과 이완

인쇄물을 다루는 편집 디자인은 틀과 형식이 중요하다. 

협의한 내용에 맞춰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산은 다르다. 날씨와 그날의 길, 나와 동행의 컨디션에 맞춰 언제든 유연하게 계획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편집 디자이너 박정은과 하이커 박정은도 다르다. 

산에서는 많은 걸 따지지 않고 해보는 쪽으로 결정한다. 


“낯선 길이 있으면 걸어보고, 신기한 새 소리가 들리면 따라가요. 산에서는 더 유연하고 적극적이 되는 것 같아요.” 

오름이란?

어디에나 있는 것.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 

인터뷰어 : 조서형 @veenu.82 / 사진 : 오름 @orumm, 박정은 @mocha.j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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